세대를 잇는 ‘선’의 조형 언어, 여성 화가 4인의 시선이 만나다
유영하는 붓질, 살아 있는 감각: 박인경부터 엄유정까지, 선의 회화적 확장
1세대 여성화가 박인경의 최신 수묵추상화 공개
전시기간 | : 2025. 05. 08.(목) ~ 2025. 07. 05.(토) |
전시장소 | :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 325, 1F S2A 전관 |

*이미지 제공: S2A
- 전시개요
전 시 명 | 《유영하는 선(線) Floating Lines》 |
전 시 작 가 | 박인경, 차명희, 김미영, 엄유정 |
전 시 일 시 | 2025. 05. 08.(목) ~ 2025. 07. 05.(토) |
전 시 장 소 | S2A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 325, S-Tower, 1F T. 02-6252-7777 / www.s2a.kr / 인스타그램 @s2a_space |
관 람 시 간 | 10:00 -18:00(일요일, 월요일 및 공휴일 휴관) |
관 람 료 | 무료 |
출 품 작 품 | 회화 및 드로잉 50여 점 |
문 의 | 에스투에이 매니저 김다연(C.P. 010-5175-1041 / dy1104@sae-a.com) |
■ 전시 서문
S2A는 2025년 5월 8일부터 7월 5일까지 《유영하는 선(線) Floating Lines》 전시를 개최한다. 본 전시는 서로 다른 세대에 속한 네 명의 여성 화가 박인경(1926), 차명희(1947), 김미영(1984), 엄유정(1985)의 ‘선’을 중심으로 한 작업을 한자리에 모아 조망한다. 종이 위에 얹힌 섬세한 선부터 유화 특유의 깊은 질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이들의 표현은 끊임없이 흐르고 변화하는 삶의 형태와 순간들을 자유롭고 유연한 붓질로 담아낸다.
네 작가에게 ‘선’은 회화의 중심 구조이자 감각적 리듬과 미적 질서를 이끄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1세대 여류 화가 박인경의 수묵 추상에서 출발한 조형 언어는, 차명희의 존재론적 선 회화로 이어지고, 김미영의 반복과 변주가 어우러진 리드미컬한 붓질은 엄유정의 유연한 형태들로 확장된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서로 다른 시대와 예술적 맥락 속에서 ‘선’을 매개로 구축된 네 작가의 조형적 연속성과 세대 간의 차이를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조형적 흐름 위에서 이번 전시는 시대와 세대를 넘어 동시대 여성 작가들이 공유하는 추상성(Abstractness)에 대한 감각적 교류를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각기 다른 시공간의 토양에서 성장한 네 작가는 ‘선’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조형 수단을 통해 감각과 사유, 존재와 생명성에 대한 직관적 탐구를 이어간다. 이들은 ‘선’이 지닌 자유로움과 해방성을 바탕으로, 시대·세대·문화·주제·매체·도구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현대 추상 회화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한다.
또한 이번 전시는 한국 미술사에서 상대적으로 덜 조명되어온 ‘선’과 ‘드로잉’, 그리고 여성 작가들의 작업에 주목한다. 이를 통해 관람객에게 주류화되고 제도화된 시각의 틀을 다각화하고, 그 서사를 보다 풍성하고 확장된 시선으로 재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 S2A
S2A는 글로벌세아 그룹 계열사이자 세계 최대 의류 제조 기업인 세아상역㈜이 운영하는 문화사업 공간입니다. 2022년 개관 이후 ‘아름다움’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인간의 삶과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하고자 꾸준히 노력해왔습니다. 삶의 아름다움을 다루어온 의류 산업의 경험을 바탕 삼아, S2A는 예술을 통해 보다 깊이 있는 문화적 가치를 탐구하고, 다채로운 미학적 지평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 작가 소개 및 대표 이미지
1. 박인경 Park In-Kyung (b.1926-)
‘살아 있는 선’
박인경 작가는 1926년 일제강점기 서울에서 태어났다. 이화여자대학교 미술과 제1회 졸업생으로, 1949년 제1회 국전에서 입선하며 한국 화단에 이름을 올린 1세대 여성 화가이다. 1958년, 예술적 동지이자 인생의 반려자인 고암 이응노(顧菴 李應魯, 1904–1989)와 함께 프랑스로 이주한 그녀는 이후 평생을 디아스포라의 삶 속에서 예술혼을 이어갔다. 생애 대부분을 내조에 바쳤지만,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창작의 끈을 놓지 않았고,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굳건히 지켜냈다. 프랑스에서 앵포르멜과 액션 페인팅 등 서양 현대미술과의 조우는 그녀로 하여금 동양화의 정신성과 서구 조형성을 아우르는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정립하게 한 전환점이 되었다. 크고 복잡한 작업 방식보다 지필묵의 간결함과 단순함을 선호하는 작가는 숲, 나무 등 자연을 표현하는 전통 수묵화의 흐름을 잇되, 재료를 화면에 쏟아붓는 기법의 실험과 형태의 과감한 생략과 확대, 먹의 대담한 활용으로 동양과 서양, 추상과 구상을 넘나든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2000년대 이후의 최근작들로, 더욱 단순해진 구성과 여백, 그리고 리듬감 있는 유기체적 붓질이 특징적이다. 그리려는 마음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살아 있는 선’을 그릴 수 있다는 작가는, 서울 도화동 고향의 산을 닮은 프랑스 보쉬르센의 산자락에서 백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예술과 삶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묵묵히 붓을 든다. 작가는 2025년 아트바젤 홍콩에서 고(故) 이응노 화백과 2인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박인경, Envol, 2024, 한지에 먹, 75.4 x 72.3 cm – ⓒ 박인경, 이미지 S2A 제공
2. 차명희 Cha Myung-Hi (b.1947-)
‘존재의 흔적’
차명희는 서울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뒤, 전통 회화의 정신성을 바탕으로 동시대적 추상을 꾸준히 탐구해온 중견 여성 작가이다. 초기에는 한지 위에 먹과 채색의 번짐을 활용한 수묵화 기법을 기반으로 작업했지만, 점차 아크릴과 목탄 같은 현대적 재료를 수용하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해왔다. 그녀는 캔버스 위에 회흑색 아크릴로 바탕을 만든 뒤, 목탄으로 선을 긋고 지우는 과정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화면을 완성한다.
차명희에게 회화란 단순한 재현이나 내러티브 전달이 아니라, ‘선 긋기’라는 행위 자체에 있다. 물감이 마르기 전 물기를 머금은 화면 위에 더해지는 목탄의 선은 우연과 필연이 교차하는 조형적 긴장을 형성하며, 이는 곧 작가 존재의 흔적으로 나타난다. 작가의 몸짓과 제스처에서 비롯된 이 선에는 호흡, 리듬, 감성, 그리고 느낌이 고스란히 스며든다. 마치 숨 쉬고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화면 위에 존재하는 이 선은, ‘살아 있음에 대한 증명’이자 ‘삶의 한 형식’이라 할 수 있다.

차명희, 바람에 실려온 편지, 2025캔버스에 목탄, 아크릴, 117 x 91 cm – ⓒ 차명희, 이미지 S2A 제공
3. 김미영 Meeyoung Kim (b.1984-)
‘다감각적 풍경’
김미영은 한국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뒤, 영국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에서 회화를 수학하며, 동양화의 기법과 서양화의 재료를 결합한 고유의 조형 언어를 구축해왔다. 그녀는 따스한 햇살, 꽃이나 과일의 향기처럼 일상 속 지극히 사소하고 평범한 순간들을 풍부한 색채와 자유로운 붓 터치로 화면 위에 펼쳐 보인다. 물감이 마르기 전에 빠르고 직관적으로 색을 덧입히는 웻 온 웻(wet-on-wet) 기법을 활용하는데, 색들이 자연스럽게 섞이고 흐르면서 예상치 못한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적이다. 다채로운 색채는 리드미컬한 붓질과 어우러져 독특한 마티에르를 형성하고, 이는 관람자에게 ‘눈으로 그림을 만지는 듯한’ 촉각적 인상을 남기며 다감각적인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유연한 붓질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리듬감 있는 제스처 속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자연의 생명력과 ‘기운생동(氣韻生動)’의 순간을 체험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 특유의 반복과 변주의 선이 돋보이는 Snow Ball 유화 시리즈부터, 펜 드로잉 페이퍼 작업까지 감각과 운율이 흘러넘치는 다감각적 풍경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미영, Leap-The Dips, 2023, 캔버스에 유화, 227.3 x 181.8 cm – ⓒ 김미영, 이미지 S2A 제공
4. 엄유정 Eom Yu Jeong (b.1985-)
‘유영하는 세계’
엄유정은 주변 세계와 작은 대상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대상의 고유한 형태 이면에 숨겨진 다양한 특성에 주목한다. 자연, 사물, 인간을 둘러싼 세계를 유연하게 바라보며, 회화, 드로잉,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그리기를 시도한다. 작가는 겉보기에는 고정된 듯한 형태들 속에서 실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움직이는 유연한 형상의 가능성을 포착한다. 단단해 보이는 돌이 의외로 부드럽게 느껴지거나, 부드러울 것 같은 눈이 오히려 단단하게 다가오는 감각처럼, 엄유정은 대상의 유기적인 형태들을 선과 색을 통해 질감과 부피를 지닌 회화적 형상으로 구현한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Night Moves 시리즈에서는 제주도의 여름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의 비물질적 실루엣이 점차 덩어리감 있는 얼굴 형상인 Night Face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서서히 부피가 녹아내리는 빙하의 형상인 Glacier로 변주된다. 유영하는 선과 형태의 흐름 속에서 각각의 독립된 형상들은 서로 교차하고 순환하며, 관람자는 끊임없이 변모하는 추상적 감각 속에서 오히려 세계의 충만하고 해방된 존재감을 경험하게 된다.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한 엄유정은, 최근 대전시립미술관 개인전 《모레이의 부피들》을 포함해 주요 미술 기관에서 활발한 전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엄유정, Feuilles, 2023, 종이에 과슈, 아크릴, 141 x 95 cm – ⓒ 엄유정, 이미지 S2A 제공